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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장 폐기'는 이행 의리 지킬까 과연?

북한이 비핵화의 초기조치로 여겨지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남측 취재진은 이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다음 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장 폐기를 통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면서도, 한미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남 압박의 고삐는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는 "한국에 한미정상회담에서 북측을 배려하는 메시지를 강화하라는 의미와 함께 미국에도 '우리 체제를 존중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분석이 맞다면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남북관계도 다시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예상외로 휴지기가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문제 삼은 한미연합훈련이나 탈북종업원 송환 등에 있어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아무 일 없듯' 다시 손을 잡을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당장 대외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을 겨냥한 전쟁 소동이 계속된다면 북남 고위급회담의 중단 상태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미(북미) 대화에서 진전이 이루어지면 (남북)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사태도 저절로 해소되리라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내부적으로 남북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일부 강경파를 의식해 속도 조절을 할 가능성도 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기반이 탄탄하긴 하지만 그동안 내부적으로 해놓은 말들이 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약속까지 어겨가며 남북관계를 흔들고 있는 셈이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재고' 발언을 내놓긴 했지만 판을 뒤엎지는 않는 분위기다.

특히 핵실험장 폐기행사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됐지만, 북한이 이를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모멘텀을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부도 이날 성명에서 남측 취재진의 방북 무산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하며,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런 행보는 이날 밤 예정된 한미정상회담과 내달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미관계를 직접 흔들기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흔들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 중국 등 4개국 외신기자단은 23∼25일 사이에 진행될 핵실험장 폐기행사 취재를 위해 22일 베이징에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원산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당초 함께 초청 대상에 올랐던 남측 취재진 8명에 대해선 북측이 명단을 접수하지 않으면서 방북이 무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오늘 방북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물론 행사까지는 시간이 있어 남측 기자단이 추후 별도로 육로를 통해 방북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북한의 핵실험장 폐기 방침이 처음 나온 것은 지난달 20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하에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5월 중 핵실험장 폐기를 진행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했고, 북한이 지난 15일 남측에 통지문을 보내 통신사와 방송사 기자를 각각 4명씩 초청한다고 알려오며 이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북한이 16일 새벽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당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이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북한은 대남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더니 끝내 남측 취재진의 방북을 불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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